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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북한 내부 사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2019년 04월22일  
이번 주 북한동향에서 주목되는 점
  작성: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2019년 4월 15일 월요일부터 4월 21일 일요일 사이 북한동향을 살펴보면 주목되는 점이
  
  첫째로, 북한 헌법이 김정은을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으로 명기하는 내용으로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4월 11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최룡해 상임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들어가고 지난 주 북한 언론들이 김정은에게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새로운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북한 헌법이 수정되였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주 김정은이 푸틴, 시진핑, 베트남 주석에게 답신을 보내면서도 짐바브웨와 콩고 대통령들에게는 최룡해를 내세워 축전, 위로전문을 보내게 한 것을 보면 여전히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해외에 파견되는 북한 전권대사들의 신임장도 최룡해의 이름으로 나가고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도 최룡해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구조를 수정하는 헌법수정이 있은 것만은 틀림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국무위원회에 당, 내각, 군, 보안(경찰), 보위, 외교 분야의 책임자들이 망라되였지만 입법 및 주권기관 책임자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수령 절대권력 체제라 해도 공화제 국가에서 행정과 입법을 분리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최룡해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을 차지했다는 것은 국무위원회가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까지 지도하는 것으로 헌법이 수정되지 않았는지 다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만일 이렇게 헌법이 수정되였다고 한다면 결국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던 행정과 입법이 호상 분리되여 있던 북한의 정치구조도 바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김정은이 포스트 하노이 전략 실현의 1단계 기간을 올해 상반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대미대남에는 강경 모드로, 중국과 러시아에는 각도있게 다가가는 ‘우군확보’ 전술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정은이 ‘장기전에 대비한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지만 김정은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은 여전히 미국과 3차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핵미사일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제재를 해제시키는 ‘핵 굳히기’ 전략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 시점에서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에 쉽게 나서면 오히려 제재해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전략적 의도가 노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번 주 김정은이 자기는 군사행보를, 최선희와 권정근을 내세워 비난행보를 하게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의전담당 김창선부장일행을 블라디보스토크에 보내 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중국해군 창립 70주년 행사에 해군사령관을 파견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평양시 곳곳에서 학생들의 집단체조 연습이 시작되고 일부 주민들 속에서 5월에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 언론들이 김정은의 시정연설의 역사적 의의를 해설하는 논설들을 연이어 내보내면서도 대남분야에서 4·27 판문점 선언이나 9월 평양선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김정은의 시정연설에서도 언급되였던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이라는 표현까지도 북한언론들이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음 주 판문점선언 채택 1주년 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할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만일 김정은이 푸틴을 만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유지하는 조건부로 올해 말까지 추방 위기에 놓인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의 체류연장을 받아내고 5월중 시진핑의 북한방문이 이루어진다면 6월 전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에게 산소 호흡기를 붙여 준다면 김정은의 대미대남 강경 모드는 올해 말까지 갈 수 있으나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충분한 경제적 후원을 받지 못한다면 올해 하반년에는 슬슬 남북정상회담을 넘겨다 볼 것이다.
  
  지금 김정은이 군사행보, 비난행보를 이어가면서도 ‘트럼프와의 좋은 관계’를 비치고 있는 것은 아직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경제후원 약속을 받지 못했으므로 일단 미국과의 협상판은 계속 열어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북한의 내부사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21일 북한 노동신문은 ‘위대한 당을 따라 총진격 앞으로!’라는 제목의 정론을 발표했는데 정론에서 현재의 북한 상황을 북한의 역사상 제일 힘들었던 1956년과 비교했다.
  
  물론 북한 역사에서 6·25전쟁이나 90년대 후반기 ‘고난의 행군’이라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로서의 수령의 지위가 내부적인 파벌집단에 의해 공개적으로 도전 받았던 것은 1956년뿐이다.
  
  당시 김일성이 소련 등 동유럽을 순방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 모택동의 지시 밑에 팽덕회가 북한 당내의 최창익을 위수로 하는 ‘연안파’를 내세워 김일성을 반대하는 조직적인 음모를 꾸미게 했으며 이에 ‘소련파’도 가입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김일성은 방문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하여 당 전원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에서 연안파와 소련파가 연합하여 김일성을 뒤집어 엎으려다가 군대를 장악하고 있던 빨치산파에 숙청되였다.
  
  중국파와 소련파를 숙청한 것으로 하여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경제원조를 받을 수 없었던 김일성은 자력갱생을 외치면서 천리마운동을 벌려 난국을 겨우 수습했다. 이 점이 지금의 북한 상황과 비슷하다면 내부사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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