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척결" 광고내는
서정갑
예비역 대령 (200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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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860001>서정갑 예비역 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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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무시무시했다. ‘국민행동 친북좌익척결본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의
15평 남짓한 ‘척결본부’ 사무실에는 서정갑(62) 본부장 등 4명이 상근하고
있었다. 사무실 벽에는 작년 3월부터 이 단체가 신문 광고를 낸 성명서가 빽빽하게 붙어있었다. ‘대북송금 파문’ ‘한총련 합법화’ ‘반핵반김
3·1 국민대회’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발표한 성명서였다.
‘친북좌익척결본부’는 2일에도 ‘노 정권은 국정원을 노동당 대남공작부에 편입시킬 작정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국정원 인사에 반발, “인사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육해공군해병대(예)대령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서정갑 본부장을 2일 만났다.
-자주 신문 광고를 내는데 돈이 어디서 그렇게 나오나.
“작년 3월부터 70여차례 신문 광고 형식으로 성명을 냈다. 총 3억여원이 들었는데 모두 국민이 낸 성금이다. 작게는
1000~2000원부터 크게는 수백만원까지 호응이 들어왔다. 특히 지난 ‘3·1 국민대회’ 이후에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필리핀·중국
등지의 교포들도 문의를 하거나 수백불씩 성금을 보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호응이 많은지.
“신문 광고를 보고 울분 터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있는 셈이다. 또 국가사랑모임·베트남참전전우회·해병대전우회중앙회부터 고등학교
동기회·애국 의사회·인터넷 독립신문 등 33개 단체가 참여하거나 정식 후원하고 있다. 개별 단체 회원수를 합치면 전체 회원수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기자가 ‘성금을 보낸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으나, 서 본부장은 “상상에 맡기겠다’며 웃기만 했다. 여유있어 보였다.)
-주로 어떤 활동을 펼치는가.
“지난 3월1일 시청앞 광장에서 ‘반핵반김 국민대회’를 치른 뒤에는 성명서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어용 언론들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요즘, 나라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이런 광고를 통해서만 진실을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6·25와 8·15때에도 국민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 왜 이런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됐나.
“1992년 대령으로 예편했는데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율곡비리 등 각종 비리에 군 장성들이 연루되는 사건이 터졌다. 당시
존경하던 한 장군께서 나를 부르더니 후배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군복 입고 다니기 부끄럽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그 장군께선
‘실추된 군 명예를 당신들이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1995년 대령연합회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에서 반미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열기가 번졌다. 그때부터 국내의 친북·좌익
세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뒤 친북·좌익세력 명단 공개를 위해 애쓰다가 지난 3·1절 ‘반핵반김 국민대회’를 계기로 정식 본부를
출범했다.”
-‘보수’니 ‘수구 꼴통’이란 소릴 들을텐데.
“과거 민주화 운동 세력의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 세력이 지난 시절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으면서도, 현재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 말 못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다. 이들이 시선을 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핵문제와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현재의 보혁(保革) 갈등이 풀린다. ‘보수’ ‘꼴통’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진보주의자다.”
-국내 친북 좌익 세력의 위협이 그렇게 크다고 보는가.
“현재 특검에서 수사중인 대북 송금 사건을 보면서 이미 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수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비밀리에 북한에 현금을
지원하고, 그것도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의 대외공작기지인 조광무역을 통해 송금했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이적행위이다.”
-북한에 대한 지원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이다. 쌀·비료 등 동족을 도와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비밀 송금은 다르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핵개발에 전용될 지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다. 북한 주민 300만명이 굶어죽고 탈북자가 줄잇고 있는 마당에 왜 무능력하고 무자비한 북한 지도부를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도와야했는가. 히틀러·스탈린보다 악독한 독재자가 바로 김정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2일 광고에서 처음으로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TV토론에서 ‘3자회담의 결과가 중요하지 한국의 참석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거꾸로 된
사대주의다. 우리 안보를 미국과 북한에만 맡기자는 것 아니냐. 물론 미국을 뺄 수는 없다. 현재 국내 일부 세력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철수’나
‘미국을 제외한 남북간 통일’이라는 주장에는 반미·친북적 사고 방식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화 시대에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자는 것은 이미 낡은 사고방식이다. 미국·중국·북한이 회담하는 자리에 우리도 참여하는 다자간 회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생각할 때’라든지 ‘국민저항권’을 주장하는 근거는.
“국가 안보에는 2가지 축이 있다고 본다. 물리적 군사력인 국방과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는 국정원이다. 북한이라는 주적(主敵)이 엄연히 있는
상태에서는 체제 수호의 보루가 필요하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인사를 굳이 이처럼 중요한 국정원 책임자에 임명했어야 하는지 무척
근심스럽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반대하는데도 임명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 표현대로 ‘이제 막가자는 것’ 아니냐. 방관이나 좌시하면 안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전화 벨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상근 간사들의 목소리가 때때로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아, 신문 광고를 보고 걸려온
격려·비난 전화인 듯했다. 서 본부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때론 ‘입이 더러워져 오래 살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 | 
